[스가와라] 핼러윈 파티 10월 31일의 어느 평범한 날이었다. 핼러윈이라고 하여, 일본 전역 곳곳에서 행사가 벌어지고 있었고 어린 아이들은 분장을 하고 친구 집에 가 사탕을 받아올 생각에 들떴지만 고등학생인 스가와라菅原에게는 별 의미 없는 많은 날 중 하나일 뿐이었다. 마침 영어 시간이 들었던 덕에 영어를 가르치는 하야미速水 선생이 호박 모양 사탕을 나누어 주어서 그렇구나, 오늘이 핼러윈이구나 깨달았을 뿐이었다. 같은 부 후배인 히나타日向 역시 같은 선생에게 수업을 듣는 모양으로, 부활동이 끝난 후 호박 모양 사탕을 입에 쏙 넣으며 좀비인 척 무서운 소리를 내었다. 그 뿐이었다. 동급생인 두 친구들과 집으로 가는 길을 같이 걸을 때까지도 핼러윈이 그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도 않고 있었다..
[마츠하나] 참을성 없는 고백이 부순 것은 언젠가부터 네게로 향하는 시선이, 향하려 하는 발끝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너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건 별로 충격적이거나 당황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게이였고 나와 친했던 너는 꽤 잘생겼을 뿐 아니라 내 이상형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사실을 딱히 부정하려 해본 적이 없었다. 학교 친구를 짝사랑한 경험은 없지 않았다. 다만 고백을 해본 적도 없었다. 당연했다. 성적 지향을 막 깨달은 사람들과는 달랐다. 내가 게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지도 꽤 됐고, 그동안 청소년 성소수자가 어떻게 되는지도 많이 봤다. 연애 경험도 있었다. 그것이 이어진 아웃팅 경험도 있었다. 현실이 어떤지는 몸으로 충분히 실감했다. 그래서 나는, 고백을 해본 적이 없었다. 너를 짝사랑할 때에..
[다이스가오이] 그날의 키스는 짰다 스가른 합작 제출용으로 쓴 글입니다. 키워드는 [키스]였습니다. 봄이 작별 인사를 고하려는 참이었다. 카라스노 고교 체육관에서는 배구부원들이 팀을 나누어 연습경기를 하고 있었다. 어느새 부쩍 더워진 날씨에 부원들의 얼굴에서는 땀이 비처럼 흘렀다. 스가와라의 팔뚝에 맺힌 땀방울도 주륵 흘러내려 바닥을 적셨다. 마침 사와무라 팀은 승리로부터 단 1점만을 앞두고 있었다. 네트 반대편에서 날아온 공을 사와무라가 리시브해 카게야마에게로 이어 주었다. 카게야마가 토스한 공이 히나타의 손을 거쳐 선 안으로 정확히 꽂혔다. 사와무라는 환호성을 지르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둘을 보며 웃다가 휴식을 외쳤다. 스가와라는 그런 사와무라에게 다가가 유쾌하게 웃으며 등을 퍽 쳤다. 사와무라는 언제..
[스가와라 코우시] 생일 스가와라 코우시 생일 합작 제출용으로 쓴 글입니다. 쓴 건 오래되었는데 공개가 늦었네요. 스가와라, 늦게나마 생일 축하해. 사랑해:) 땀 냄새가 가득한 부실 안에서, 스가와라는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합숙 일정을 확인하려는지 달력을 들추던 사와무라가 무언가 생각난 듯 스가와라에게 말을 걸었다. “스가, 우리 합숙 둘째 날 네 생일이더라.” “응? 어라……. 진짜네.” “뭐야, 네 생일인데 왜 몰라.” “음, 그야 별로 중요하지 않잖아?”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하며 입속에 돌던 말을 몰래 삼켰다. 그래 봤자 그냥 하루였다. 생일을 꽤나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기야 한 모양이었지만, 스가와라 본인은 아니었다. 게다가 바로 전 해의 생일에는― 스가와라는 스가, 하고 자신을 부르는 목..
[오이이와오이] 과거형, 현재형, 그리고 미래형 “오이카와, 힘 내라.”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목소리로 보아서는 아마 고교 시절 배구부 친구였을 것이다. 나는 그저 멍하니, 학습된 대답을 할 뿐이었다. 고개를 무릎에 파묻었다. 시끄러운 공간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한쪽에서는 눈이 부은 중년 여성과 착잡한 표정의 남성이 애써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이 모든 장면이 보기 싫었다. 그래서 눈을 감았다. 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 눈을 감아도 너는 생생했다. 당장 내게로 다가와 씨익 웃으며 오늘 뭐 먹을까, 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피로가 많이 쌓인 탓인지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아니면 전날 너무 많은 눈물을 흘려서인지도 모른다. 아침부터 먹은 것 하나 없..
[스가히나] 장미 한 송이 “붉은 장미꽃은…… 진실과 정열…… 열광적인 사랑?” 차암― 로맨틱하네. 스가와라는 피식 웃으며 창을 닫으려 커서를 오른쪽 상단에 가져갔다. “…….” “―이백오십 엔입니다.” 돈을 건네고 거스름돈을 돌려받는 동안, 스가와라는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부모님 생신도, 별다른 행사가 있는 날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지금 꽃집에서 꽃을 사 들고 누군가에게로 향하는 것이다. 미친 짓이다. 스가와라는 그렇게 생각했다. 운동부 남고생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꽃이다. 그것도 장미꽃이다. 붉은, 장미꽃이다. 스가와라는 한숨을 내쉬고 휴대전화의 주소록에서 자신이 장미를 건넬 상대의 이름을 찾았다. 오늘은 연습이 없는 날이니 쉬고 있을…… 리가 없지. 분명 공터 같..
[츠키야치] 고백 188.3cm의 무뚝뚝한 남학생과 149.7cm의 귀여운 여학생은 얼마 전부터 서로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눈치가 없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카게야마가 츠키시마에게 너 야치상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하고 말할 정도로 그 둘의 이상한 기류는 넘쳐흐르고 있었다. 연습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어느 밤, 츠키시마는 자신의 형 츠키시마 아키테루에게 지나가듯 물었다.“형, 형은 누구 좋아해 본 적 있어?”“있지, 그럼. 왜?”설마 케이, 좋아하는 아이가 생긴 거야? 아키테루는 기대에 찬 얼굴로 되물었다. 츠키시마는 제 형을 살짝 노려보고는 다시 물었다.“그럼 그 때 형은 어떻게 했는데?”아키테루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고 대답했다. 글쎄, 고백했었지 아마? 나 여자친구 있었던 거 알잖아. 츠..
[쿠로켄] 솜사탕처럼 달콤한 솜사탕은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워.한 입 물어뜯으면 금방 사르르 녹아 버리면서도, 그 입 안에서는 달달함이 가시지 않아. …… 너도 그래? ◇ ◆ ◇ ◆ ◇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게임기에 머리를 박고 있던 코즈메가 고개를 들었다. 방문 틈 사이로 코즈메의 어머니가 반색하며 놀라는 소리와 능청스레 대답하는 쿠로오의 목소리가 새어 들어왔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방문이 열렸다. “뭐야, 쿠로. …… 솜사탕?”“요 앞에 초등학교 운동회 하는 것 같더라고. 너 먹으라고 사 왔지.” 별로……. 코즈메는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게임기 화면에 눈을 돌렸다. 쿠로오는 흐응, 하며 코즈메의 옆에 앉았다.게임기를 들여다보는 코즈메의 엄지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였다. 아이템을 받을 때마다 입..
[오이카게] 눈물에 젖은 그림 오늘도 다른 날과 같이 당신을 그렸습니다. 카게야마는 지우개를 들어 종이를 박박 문질렀다. 하얀 종이에 그려진 그림은 또 그렇게 속절없이 지워질 뿐이었다. 지우개를 내팽개치고 집어 든 연필은 다시 수많은 선을 그려냈다. 종이에 그려진 것은 누가 뭐래도 훌륭한 그림이었다. 하지만 카게야마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종이를 한동안 뚫어지게 바라보다 잘게 찢었다. 누가 천재 아니랄까 봐, 지 맘에 안 든다고 종이까지 찢네.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귀에 들어왔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그런 모습이 익숙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강사에게 꾸벅 인사하고는 학원을 빠져나왔다. 건물을 나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하늘은 한없이 검었다. 카게야마는 하늘을 물끄러미 문득 당신도 저..
[오이카게] 어느 날의 데이트 ※다이스가 언급 있습니다. 핸드폰의 폴더를 열었다, 닫았다. 또 열었다, 닫았다. 카게야마는 계속 핸드폰 버튼을 만지작거리다 1번을 꾹 눌렀다. 통화연결음이 끊기고, 상대의 인사가 들리자마자 선전포고를 하듯 말했다. “데, 데이트!” ... 하실래요? 오이카와는 약속장소에 나온 카게야마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깔끔한 흰 셔츠에 검은 바지. 항상 누가 안 빗었달까 봐 어딘가 삐죽 나온 머리도 웬일로 얌전하다. 딴에 엄청 신경 썼네. 오이카와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배 안 고파? 뭐라도 먹으러 갈래?” “아, 네.” “파스타, 괜찮아?” 고개를 끄덕이는 카게야마에게 오이카와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으어? 이상한 감탄사와 함께 당황한 듯이 눈을 깜빡이던 카게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