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츠키야치] 고백
188.3cm의 무뚝뚝한 남학생과 149.7cm의 귀여운 여학생은 얼마 전부터 서로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눈치가 없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카게야마가 츠키시마에게 너 야치상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하고 말할 정도로 그 둘의 이상한 기류는 넘쳐흐르고 있었다.
연습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어느 밤, 츠키시마는 자신의 형 츠키시마 아키테루에게 지나가듯 물었다.
“형, 형은 누구 좋아해 본 적 있어?”
“있지, 그럼. 왜?”
설마 케이, 좋아하는 아이가 생긴 거야? 아키테루는 기대에 찬 얼굴로 되물었다. 츠키시마는 제 형을 살짝 노려보고는 다시 물었다.
“그럼 그 때 형은 어떻게 했는데?”
아키테루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고 대답했다. 글쎄, 고백했었지 아마? 나 여자친구 있었던 거 알잖아. 츠키시마는 시원찮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고백을 해야 하는 걸까. 고백 같은 거, 정말로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애초에 누굴 좋아해 본 적도 없지만―’
츠키시마는 어두운 방 안에 누워 아키테루의 말을 되새겼다. 츠키시마가 아키테루에게 생전 해 본 적 없는 질문을 하게 된 것도, 이렇게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게 된 것도 언젠가부터 제 마음속에 들어와 있던 어느 여자아이의 탓이었다. 츠키시마는 고개를 흔들었다. 머릿속에서 그 아이의 당황하는 표정을 지우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는 않고, 그 얼굴은 점점 생생해졌다. 츠키시마는 아이와 겹쳐 생각나는 고백이라는 단어를 중얼거리다 눈을 감았다.
야치는 3학년 매니저 시미즈 키요코와 친한 편이었다. 야치는 가끔 만나 고민 상담도 해 주는 시미즈를 좋아했다. 야치와 시미즈가 학교 복도에서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 때, 야치는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
“저어, 좋아하는 사람…… 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시미즈는 웃으며 귀엽다는 듯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야치가 부끄러워하면서도 이야기를 마쳤을 때, 시미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군지 알겠네.
야치는 당황하며 물었다.
“츠키시마 군인 거, 아셨어요!?”
“알긴 알았지만, 방금 히토카쨩도 말했는데?”
풋 웃는 시미즈의 앞에서 야치는 얼굴을 붉혔다. 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말에 시미즈는 으음― 하고 소리를 냈다.
영어 시간이었다. 1학년 5반 영어 수업을 맡은 교사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문법을 설명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역시, 잘 되고 싶다면 고백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야치는 쉬는 시간에 시미즈가 해 주었던 말을 떠올렸다. 고백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야치는 귀까지 빨갛게 물들였다. 나 같은 게 어떻게 고백을 해. 하, 하지만 츠키시마 군이 좋은 걸. 야치는 생각에 지쳐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거기, 뭐 하는 거지?”
앗, 죄, 죄송합니다! 야치는 그렇지 않아도 달아오른 얼굴을 더욱 붉게 물들이고 교과서로 눈을 돌렸다.
츠키시마와 야치가 침대에서, 혹은 교실에서 끝없이 고민하던 날이 가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츠키시마는 전날 결국 고백을 다짐했고, 야치는 결국 고백을 포기했다. 그랬음에도 진학반 둘은 여전히 수업보다는 서로의 생각에 열중했다. 물론 그들도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으리라.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수업 시간이 지나고, 점심 시간이 되었다. 둘은 점심조차 거르고 밖이라도 좀 나가고자 문을 나섰다. 둘은 각각 다른 쪽의 계단을 내려가, 1층에 도착했다.
“…… 응?”
서로의 방향 쪽으로 걸었던 탓에, 둘은 딱 부딪히고 말았다. 아무리 보아도 노랑 계열의 머리, 어두운 노랑 계열의 눈을 가진 서로가 맞았다.
츠키시마는 고백을 떠올렸다. 자신을 보고 있는, 그리고 자신이 보고 있는 아이는 간밤에 고백하고자 다짐했던 그 귀여운 아이였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야치는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 나 주제에 어떻게, 라고 생각했던 어제의 결론을 생각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고 싶었다. 자신의 마음이 좋아하는 상대에게 닿았으면 하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야치는 눈을 꼭 감았다.
“츠, 츠키시마 군! …… 좋아하고, 있어!”
아, 말해 버렸다. 야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얼굴을 들었다.
츠키시마는 얼굴 표정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야치는 끝장이다, 하는 생각으로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냥, 무시해도 괜찮으니까…….
“― 그래.”
너만 괜찮다면, 사귀자. 야치는 츠키시마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착 가라앉은 톤으로 말하며 야치를 바라보는 눈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성적이었다.
…… 으응. 붉다 못해 홍당무처럼 되어 버린 얼굴을 감추며, 야치는 도망치듯 뒤로 돌아 걸어갔다. 내, 내일 봐! 바쁘게 걸어가면서도 인사를 빼먹지 않는 야치를 츠키시마는 한참 바라보며 서 있었다. 야치의 금발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쯤, 츠키시마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풀썩 주저앉았다. 츠키시마의 얼굴은 야치 못지않게 붉었다.
시간이 흐르고, 지나가던 야마구치가 츳키!? 하며 놀라 달려올 때까지 츠키시마는 움직이지 않고 그 복도의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 * *
아마 웹에 업로드하는 건 처음인 츠키야치! 얘네 넘 귀여워요8ㅂ8
'하이큐 >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이이와오이] 과거형, 현재형, 그리고 미래형 (1) | 2016.04.18 |
---|---|
[스가히나] 장미 한 송이 (0) | 2016.04.10 |
[쿠로켄] 솜사탕처럼 달콤한 (0) | 2016.03.26 |
[오이카게] 눈물에 젖은 그림 (0) | 2016.03.19 |
[오이카게] 어느 날의 데이트 (0) | 2016.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