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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큐/글

[츠키야치] 고백

에루* 2016. 4. 2. 22:10

[츠키야치] 고백

 

 

188.3cm의 무뚝뚝한 남학생과 149.7cm의 귀여운 여학생은 얼마 전부터 서로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눈치가 없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카게야마가 츠키시마에게 너 야치상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하고 말할 정도로 그 둘의 이상한 기류는 넘쳐흐르고 있었다.

 

연습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어느 밤, 츠키시마는 자신의 형 츠키시마 아키테루에게 지나가듯 물었다.

, 형은 누구 좋아해 본 적 있어?”

있지, 그럼. ?”

설마 케이, 좋아하는 아이가 생긴 거야? 아키테루는 기대에 찬 얼굴로 되물었다. 츠키시마는 제 형을 살짝 노려보고는 다시 물었다.

그럼 그 때 형은 어떻게 했는데?”

아키테루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고 대답했다. 글쎄, 고백했었지 아마? 나 여자친구 있었던 거 알잖아. 츠키시마는 시원찮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고백을 해야 하는 걸까. 고백 같은 거, 정말로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애초에 누굴 좋아해 본 적도 없지만

츠키시마는 어두운 방 안에 누워 아키테루의 말을 되새겼다. 츠키시마가 아키테루에게 생전 해 본 적 없는 질문을 하게 된 것도, 이렇게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게 된 것도 언젠가부터 제 마음속에 들어와 있던 어느 여자아이의 탓이었다. 츠키시마는 고개를 흔들었다. 머릿속에서 그 아이의 당황하는 표정을 지우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는 않고, 그 얼굴은 점점 생생해졌다. 츠키시마는 아이와 겹쳐 생각나는 고백이라는 단어를 중얼거리다 눈을 감았다.

 

야치는 3학년 매니저 시미즈 키요코와 친한 편이었다. 야치는 가끔 만나 고민 상담도 해 주는 시미즈를 좋아했다. 야치와 시미즈가 학교 복도에서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 때, 야치는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

저어, 좋아하는 사람…… 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시미즈는 웃으며 귀엽다는 듯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야치가 부끄러워하면서도 이야기를 마쳤을 때, 시미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군지 알겠네.

야치는 당황하며 물었다.

츠키시마 군인 거, 아셨어요!?”

알긴 알았지만, 방금 히토카쨩도 말했는데?”

풋 웃는 시미즈의 앞에서 야치는 얼굴을 붉혔다.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말에 시미즈는 으음하고 소리를 냈다.

 

영어 시간이었다. 1학년 5반 영어 수업을 맡은 교사는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문법을 설명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역시, 잘 되고 싶다면 고백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야치는 쉬는 시간에 시미즈가 해 주었던 말을 떠올렸다. 고백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야치는 귀까지 빨갛게 물들였다. 나 같은 게 어떻게 고백을 해. , 하지만 츠키시마 군이 좋은 걸. 야치는 생각에 지쳐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거기, 뭐 하는 거지?”

, , 죄송합니다! 야치는 그렇지 않아도 달아오른 얼굴을 더욱 붉게 물들이고 교과서로 눈을 돌렸다.

 

츠키시마와 야치가 침대에서, 혹은 교실에서 끝없이 고민하던 날이 가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츠키시마는 전날 결국 고백을 다짐했고, 야치는 결국 고백을 포기했다. 그랬음에도 진학반 둘은 여전히 수업보다는 서로의 생각에 열중했다. 물론 그들도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으리라.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수업 시간이 지나고, 점심 시간이 되었다. 둘은 점심조차 거르고 밖이라도 좀 나가고자 문을 나섰다. 둘은 각각 다른 쪽의 계단을 내려가, 1층에 도착했다.

…… ?”

서로의 방향 쪽으로 걸었던 탓에, 둘은 딱 부딪히고 말았다. 아무리 보아도 노랑 계열의 머리, 어두운 노랑 계열의 눈을 가진 서로가 맞았다.

 

츠키시마는 고백을 떠올렸다. 자신을 보고 있는, 그리고 자신이 보고 있는 아이는 간밤에 고백하고자 다짐했던 그 귀여운 아이였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야치는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 나 주제에 어떻게, 라고 생각했던 어제의 결론을 생각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고 싶었다. 자신의 마음이 좋아하는 상대에게 닿았으면 하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야치는 눈을 꼭 감았다.

 

, 츠키시마 군! …… 좋아하고, 있어!”

, 말해 버렸다. 야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얼굴을 들었다.

츠키시마는 얼굴 표정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야치는 끝장이다, 하는 생각으로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냥, 무시해도 괜찮으니까…….

그래.”

너만 괜찮다면, 사귀자. 야치는 츠키시마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착 가라앉은 톤으로 말하며 야치를 바라보는 눈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이성적이었다.

…… 으응. 붉다 못해 홍당무처럼 되어 버린 얼굴을 감추며, 야치는 도망치듯 뒤로 돌아 걸어갔다. , 내일 봐! 바쁘게 걸어가면서도 인사를 빼먹지 않는 야치를 츠키시마는 한참 바라보며 서 있었다. 야치의 금발이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쯤, 츠키시마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풀썩 주저앉았다. 츠키시마의 얼굴은 야치 못지않게 붉었다.

 

시간이 흐르고, 지나가던 야마구치가 츳키!? 하며 놀라 달려올 때까지 츠키시마는 움직이지 않고 그 복도의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다.

 

 

* * *

아마 웹에 업로드하는 건 처음인 츠키야치! 얘네 넘 귀여워요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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