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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켄] 솜사탕처럼 달콤한
솜사탕은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워.
한 입 물어뜯으면 금방 사르르 녹아 버리면서도, 그 입 안에서는 달달함이 가시지 않아.
…… 너도 그래?
◇ ◆ ◇ ◆ ◇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게임기에 머리를 박고 있던 코즈메가 고개를 들었다. 방문 틈 사이로 코즈메의 어머니가 반색하며 놀라는 소리와 능청스레 대답하는 쿠로오의 목소리가 새어 들어왔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방문이 열렸다.
“뭐야, 쿠로. …… 솜사탕?”
“요 앞에 초등학교 운동회 하는 것 같더라고. 너 먹으라고 사 왔지.”
별로……. 코즈메는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게임기 화면에 눈을 돌렸다. 쿠로오는 흐응, 하며 코즈메의 옆에 앉았다.
게임기를 들여다보는 코즈메의 엄지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였다. 아이템을 받을 때마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게 퍽 귀여웠던지, 쿠로오가 쿡쿡 웃었다. 왜 웃어. 코즈메가 작은 목소리로 불평하자 그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켄마, 옛날에 너 처음 솜사탕 먹었던 날 기억나?”
왜, 너 그 때도 나랑 먹었잖아. 너 엄청 귀여웠는데. 코즈메는 쿠로오의 능글맞은 말을 그대로 무시하고 새 게임을 시작했다. 어라, 귀 빨개졌어, 라는 말에는 커튼 같은 머리카락으로 귀를 가렸다. 쿠로 변태.
쿠로오는 솜사탕을 한 움큼 떼어 입에 넣었다. 입에 들어가자마자 풀어지듯 녹아 아쉬웠지만, 아직 남아 있는 달콤함은 그를 또 한 입 먹게 만들었다. 쿠로오는 한 번 더 뜯어내 코즈메의 입에 넣어 주며 생각했다. 분명 솜사탕은 사랑일 거라고.
맛을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멋대로 없어져 버리지만, 입 안에 감도는 단 향은 그 달콤함을 조금 더 느끼고 싶게끔 한다. 가슴 깊은 곳 어딘가에서 구름처럼 몽실몽실하게 피어오르는 감정은 솜사탕과 닮았다. 쿠로오는 제 옆에서 입맛을 다시는 코즈메를 내려다보았다.
“조금 더 줄까?”
…… 응. 쿠로오는 맛은 있었는지 웬일로 긍정의 대답을 내놓는 코즈메의 입술을 빤히 바라보았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솜사탕을 입에 물고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입을 맞췄다.
코즈메는 매사에 크게 놀라는 법이 없었다. 쿠로오가 입을 맞춰오자 그는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솜사탕처럼 부드럽고 녹아 버릴 듯한 입맞춤이 끝나고 쿠로오가 입을 먼저 뗐을 때, 어땠어? 하는 물음에 코즈메는 대답했다.
“달콤…… 했어.”
* * *
통온 하이패스 광탈해서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트위터와 한글을 오가며 의식의 흐름을 타자로 쳐 내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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