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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나스가] 얼굴, 기대라니까요?

 

 

바람이 기분 좋게 불던 어느 주말이었다. 스가와라는 오랜만에 시내에 나가려고 버스정류장을 향해 걷고 있었다.

 

자전거를 탄 아이가 지나갔다.

주황색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스가와라 선배!”

 

히나타였다.

갑작스러운 히나타의 등장에 스가와라는 조금 놀라면서도 환히 웃었다. 어디 가는 길이야, 히나타?

히나타는 자전거를 멈추며 대답했다. 시내에 가려고요. 무릎보호대가 많이 낡아서…….

 

, 나돈데. 스가와라의 말에 히나타는 그럼, 같이 가실래요? 뒤에 태워드릴 수 있는데. 하고 제안했다. 무거울 거라며 사양하려는 스가와라에게 히나타의 반짝이는 눈과 살짝 올라간 입꼬리는 어서 뒤에 타라고 말하고 있었다. 스가와라는 머뭇거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스가와라가 뒤에 타자, 히나타는 제 허리에 손을 두르라고 말했다. 스가와라는 어째서인지 쉬이 그렇게 하지 못했다. 다이치랑, 이렇게 많이 해 봤는데 왜 못 하겠지? 스가와라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어정쩡하게 히나타의 옷자락을 잡았다.

이렇게요! 갈피를 잡지 못하는 스가와라의 손을 제 허리에 두른 것은 히나타였다. 크게 말해놓고도 곧 실례였나요!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하고 울상을 짓는 것이 누가 봐도 평소와 같은 히나타인데도 스가와라는 평소처럼 그를 대하지 못했다.

 

산들산들 불던 바람이 점점 거세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자전거 페달을 밟는 히나타는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정말 힘든 사람은 스가와라였다.

히나타에게 기대면 편할 터인데, 기대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하는 것이 안쓰럽게까지 보였다. 히나타도 그것을 알았는지 스가와라에게 말했다. 스가와라 선배, 제 등에 기대세요! 스가와라는 괜찮다고 하다가도 결국 히나타의 등에 머리를 기댔다.

 

스가와라는 마냥 작아 보이기만 했던 히나타의 등이 갑자기 커 보이는 것을 자각했다. 연습 때는 땀 냄새에 가려졌던 옅은 로션 냄새에 가슴이 뛰었다. 설마. 스가와라는 자신이 지금 빠르게 달리는 자전거에 타고 있다는 것도 잊고 손으로 입을 가렸다.

 

아악!

 

스가와라가 자전거에서 떨어졌다.

자전거도 넘어졌다. 같이 넘어진 히나타는 재빠르게 일어나 쓰러진 스가와라에게로 다가갔다. 선배!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스가와라는 아픔에 미간을 찌푸리고 작은 신음을 뱉었다. 히나타는 아연실색한 얼굴로 말을 잇지 못했다. 스가와라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려 다리에 힘을 주었으나 제대로 일어서기가 힘들어 보였다. 히나타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스가와라를 일으켰다.

 

스가와라는 히나타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 그제서야 사과를 했다. 정말 미안해, 안 다쳤어? 무심코 손을 떼어 버려서…….

아뇨, 제가 죄송하죠! 진짜, 진짜 죄송해요! 히나타는 스가와라를 부축해 자전거에 앉혔다. 타실 수 있겠어요?

스가와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으응, 이제는 정말 제대로 안을게.

 

안을게? 히나타가 무심코 되물었다.

스가와라는 그제서야 자신이 뭐라고 했는지 깨달았다. , 아아, 아아아……. , , 안을게가 아니고, 잡을게, 제대로 잡을게! 미안해! 그런 말이 아니었…….

히나타가 살짝 웃었다. 알아요.

 

스가와라는 생각했다. , 지금 히나타가 내 앞에 앉아 있어서 진짜 다행이다. 나 분명 얼굴 엄청 빨개져 있겠지.

히나타가 문득 뒤를 돌아봤다. , 선배 얼굴 왜 이렇게 빨개요? 설마 아까 넘어져서 열이 나는 건……!

 

스가와라는 갑자기 시야에 들어온 히나타의 얼굴에 놀라다가 어이없는 말에 피식 웃고 말았다. 타박상 당하면 머리에 열 나? ,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아닌가……?

 

히나타가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자전거가 스르르 움직였다.

스가와라가 히나타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

문득 시계를 보니 열 시가 다 되어가서 급 마무리... ㅋㅋㅠㅠ

전력 주제 보자마자 히나타가 떠올라버려서 잘 못 쓰는 히나스가를 도전했어요! 원래 리버스를 못 쓰는 건 아닌데 히나스가만 유난히 힘들더라구요... 엉엉

그나저나 글 쓰는 것 중에 제일 힘든 건 역시 제목 짓는 것...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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