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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히나] 영원하고 유일한 날개

에루* 2016. 2. 27. 23:59

[스가히나] 영원하고 유일한 날개

 

 

예전에는, 나는 날 수 있었다고 그랬었는데.

기억나요? 히나타가 카라스노 고교 시절의 사진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 그랬었지. 스가와라가 쓰게 웃었다.

예전에는, 이라고 말하지 마. 과거형이잖아.

 

그렇지만 사실이잖아요.

 

히나타는 자신의 발목을 내려다보았다.

 

-

 

히나타는 고등학교 2학년을 마칠 무렵 큰 부상을 당했다. 연습 시합 중이었다. 그날따라 카게야마와 사인이 맞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건지. 어느 때처럼 날아오르던히나타가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괜찮다고 애써 말했지만 검사 결과는 괜찮지 않았다. 의사가 무거운 표정으로 전한 소식은 처참했다.

운동은, 포기하셔야 할 겁니다. 히나타의 정신력과 신체능력으로도 커버할 수 없는 부상이었다. 그 소식을 옆에서 들은 히나타의 어머니는 울었다. 아버지는 털썩 주저앉았다. 여동생 나츠도 설명을 듣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그의 애인도 적잖이 놀라며 슬퍼했다. 히나타가 치려고 했던 그 공을 올려 준 카게야마는 그 이후 정신적인 충격으로 많이 힘들어했다. 카라스노 고교 배구부는 한동안 우울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히나타였다. 히나타는 단순한 부 활동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던 배구를 강제로 포기하게 되었다. 그는 방에서 나가지도 않고 공허한 눈으로 배구공만 바라보았다. 그의 주변 사람이 아무리 달래도 히나타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스가와라가 설득하고 설득해서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한 이후에야 학교를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히나타는 계속 울었다. 탈수증이 올 때까지 울다가 병원에 실려갈 뻔한 적도 있었다. 스가와라는 늘 그 옆에서 히나타를 지켰고, 히나타는 간신히 상처를 딛고 일어났다.

 

히나타는 겨우 대학에 합격했다. 스가와라와 같은 대학교는 아니었지만, 멀지는 않았기에 자주 만났다. 그는 점점 삶의 궤도를 찾기 시작했다. 다시 웃음을 짓기 시작했고, 배구의 열기가 떠올라도 울지 않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사귀었던 스가와라와는 가끔 결혼 이야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히나타의 뇌 속에는 한 문장이 깊이 박히고 말았다.

 

나는 더 이상 날 수 없어.’

 

 

어느 날, 히나타는 고등학교 배구부 시절 같은 학년이었던 야마구치를 만났다. 야마구치는 히나타와 별로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의례적인 근황을 묻고, 예전에 우리- 로 시작하는 옛날 이야기를 좀 하고. 그러고 나서야 야마구치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이제 발목은 좀 괜찮아?

 

? , 뭐 그렇지. 나 졸업하기 전까지는 다 안 나았었던가? 지금은 거의 다 나았어. 히나타가 웃으며 발목을 돌렸다. 야마구치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돌았다.

 

 

그 날, 밤 늦게 히나타의 집에 찾아온 스가와라는 의외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주량도 적어 평소 술을 별로 즐기지 않는 히나타가 앨범을 옆에 두고 캔맥주를 세 개째 따고 있는 모습이었다.

무슨 일 있었냐 묻자 취기가 오른 히나타가 횡설수설하며 배구와 발목, 야마구치 등을 말하는 모습으로 보아 야마구치를 만나서 배구 얘기가 나온 것이라 짐작한 스가와라는 일단 히나타를 재우고 옆의 앨범을 펼쳤다.

 

첫 장을 독차지하고 있는 단 하나의 사진은 야치가 포스터를 만들기 위해 찍은, 히나타가 날아오르는 사진이었다.

 

 

다음 날, 스가와라가 깨어나자 히나타가 옆에 누워 울고 있었다.

선배, 나 다시 날고 싶어요.

 

히나타는 서럽게 흐느꼈다.

그런데 깨닫고 나니까 날개가 없어졌더라고요.

 

스가와라가 옆으로 돌아 히나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히나타.

넌 날개를 잃어버리지 않았어. 여전히 날 수 있어.

그곳이 배구 코트가 아니더라도, 너는 날 거야. 그렇게 생각하지 마.

게다가,

 

너는 내 영원하고 유일한 날개야.

스가와라의 그 다섯 마디가 히나타의 잃어버린 날개를 달아 주었다.

 

 

 

 

* * *

오이카게 전력 참여한 다음에 웹서핑하다 보니 히나른 전력이 떠오르더라구요. 88 전력 60분 아니고 40분이었네요.

그런데 이번 글은 정말 뭐를 쓰려고 했는지를 모르겠어요. 그냥 무커플링으로 쓸 걸. 일부러 커플링을 넣으려고 하니까 죽도 밥도 안 되네요